앞으로 입싱하여 내가 걸어온 길을 걸어야 하는 다른 분들을 위해서 기록을 남깁니다.
생각보다 얻기 힘든 정보들이 많았는데 아무쪼록 도움이 많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는 싱가포르 사람과 결혼한 다음 우리의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서 싱가포르의 HDB(이하 아파트) 알아보기 시작했다. 싱가포르의 대부분의 국민들은 일반적으로 HDB(Housing & Development Board)라는 아파트에서 거주하게 된다.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한다면, 한국은 집을 개인이 소유하지만 싱가포르는 국가가 소유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정부가 아파트를 소유하는 만큼 아파트의 가격이 날뛰지 않게 가격을 조정하는데, 이로 인하여 한국에 비해 집값이 저렴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럼 집 가격은 얼마나 오르는 것일까? 집 가격이 연 평균 얼마나 오르는지에 대하여 나의 에이전트인 '아이작' 에게 물어봤더니, 연 평균 2%대로 오른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하더라. 물론 지하철역이 가깝고, 좋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가 붙어있으면 상승폭은 더 크다고 한다. 이 말은 즉, 학군이 좋지 않으면 잘 오르지 않거나 가끔은 내릴수도 있다는 뜻으로 보면 되겠다. 싱가포르는 만 35세가 되기 전까지는 자신의 아파트를 소지할 수 없다. 만약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결혼한 사람일 것이다. 우리는 집 구매 후 남는 방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월세를 줄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리하여 안방을 포함한 방 3개의 집을 구매할 하고 있었다. 싱가포르는 방이 3개라면 거실도 방으로 카운트해서 4룸이라 부른다.
아파트를 구매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국과 프로세스를 비교해 보겠다.
집은 어떻게 알아보는가?
한국
한국에서는 직방, 네이버 부동산, 호갱노노 등의 어플을 이용하여 집을 살펴본다. 우리가 직접 가지 않더라도 어플상에서 손품을 푼다면 얼마든지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부족한 정보가 있다면 해당 지역의 커뮤니티(네이버 카페 등)을 이용하여 얼마든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방문하기 전까지 내가 모을 수 있는 정보는 모두 모은 다음 마음에 든다면 오프라인 방문을 시작한다.
방문을 하는 목적은 아파트의 노후화 정도, 거주자가 집을 얼마나 깔끔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집에 하자가 없는 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 방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거 같다.
싱가포르
집이 어디에 위치했는지에 대한 정보 말고는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집주인의 프라이버시 때문이라고 한다. 특정한 커뮤니티 문화가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다. 나라가 좁기 때문에 지인의 지인을 통해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을 찾아서, 어떤지 물어보는 정도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동이라 보면 되겠다. 근처에 버스가 다니는 정보는 'OneMap' 같은 어플을 사용하면 되는데 보통 싱가포르에서 사는 사람들은 이 앱의 존재조차 모를 것이다. 한국과 동일하게 부동산 중개인이 존재하고 있으며 보통은 중개인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이다. 중개인에게 '우리가 원하는 조건의 집'을 최대한 자세히 서술하면 해당 조건을 바탕으로 집을 찾아서 리스팅 해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최대한 자세히 서술' 이다.
해당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의 케이스에서 예시를 들어주겠다. 나의 경우엔 꽤나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갖고 있었다.
요구조건 | 비고 | |
MRT(지하철), LRT | MRT - 걸어서 5분 이내여야 할것(500m 이내여야 할 것) LRT - 걸어서 2분 이내여야 할 것(250m 이내여야 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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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 수 | 10층 이상이여야 할 것 | |
집 컨디션 | 햇빛이 잘 들어야 한다. | 어두운 집에서는 살기 싫다. 실제로 인디안들이 사는 집의 대부분이 어두운 분위기를 갖고 있었다. |
맞바람이 불어야 한다. |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습한 기후 때문에 집에 곰팡이가 스는 경우가 많고, 환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만성 냄새가 난다. | |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집이여야 한다. | 거실 창문에서 다른 집의 거실을 볼 수 있으면 안 된다. | |
어느정도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집이여야 한다. | 싱가포르의 인테리어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미 조금 되어있는 집을 들어가게 된다면 많은 금액을 절약할 수 있을 거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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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군 | 1키로 반경에 초/중/고 필수로 한 개씩 있어야 한다. | 조카들이 놀러 오거나 학업을 위해 오는 경우, 그리고 내 자녀를 안전한 곳에서 키우고 싶었다. |
연식 | 집은 1995년 이후에 지어졌어야 한다. | 싱가포르는 자신보다 나이 많은 아파트를 구매하게 된다면 대출이 많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이는 집을 다시 판매할때도 다른 사람들이 구매를 꺼려할 수도 있는 요인이 된다. |
나의 요구 조건은 꽤나 정확하고 세세했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아내의 의견에 따라서 '가장 중요한 요인'을 각자 1-2개씩 정하고 이를 에이전트에게 알리기로 했다. 처음부터 많은 요구 조건을 말하면 집을 찾기 어려울 거라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첫 날 4개의 집을 보고 나서 나는 나의 요구조건을 정확하고 세세하게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본 4집 중 3집이 환기가 잘 안 되며, 햇빛이 잘 안 들어서 어둡고, 냄새가 꽤나 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어떤 집을 원하는지 리스트를 작성하여 에이전트에게 전달했고, 그 다음 주부터 집을 보러 다닐때 나의 요구사항이 반영된 집만을 보러 다닐 수 있게 되어 꽤나 만족스러운 집을 보러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마음에 드는 집이 있다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약 17번째의 집을 봤을 때 나에게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 꽤나 빠르게 찾은 셈이다. 한인 커뮤니티에 물어보니 많이 둘러본 사람은 60번 째의 집에서 자신의 집을 찾았다 하고 아내의 친한 친구 역시 약 50번정도의 방문 후에 원하는 집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혹시 중개인을 너무 값싼 가격에 부려먹는다 생각하는가? 싱가포르의 중개비는 구매시 집 값의 1.09%(부가세 포함), 판매시에는 2.18%이다. 이 정도의 가격이면 열에 아홉은 나와 비슷하게 행동할 거 같다고 생각한다. 어찌 됬든, 우린 원하는 조건을 꽤나 자세히 이야기 했고 원하는 집을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Odd Shape'으로 구성되어 있는 집을 보기도 했다. Odd Shape를 제외한다면 모든 조건이 맞았지만, 싱가포리안들은 Odd Shape을 선호하지 않고, 잘 구매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한인 분들의 조언을 적극 반영하여 구매하지 않았다. Odd Shape는 집 구조가 사격형이지 않은 구조를 포함한 집을 Odd Shape라 한다. 보통 거실 혹은 방 하나가 삼각형, 오각형, 마름모꼴인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엔 가구를 배치하기로 어려우며 잉여공간을 활용하기가 어려워서 선호하지 않는 거 같다.
A-2 사진처럼 먼 곳에서부터 불어오는 바람이 어떠한 사물로부터 방해를 받지 않고 집으로 바로 불어오는 점이 꽤나 마음에 들었었다. 덕분에 집에서 묵은내가 전혀 나지 않았고 선풍기를 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시원하다고 느껴졌다. 이는 일요일 아침에 잠이 들 깬 채로 거실에 나와서 잠깐 쇼파에서 낮잠을 잔다고 상상해보자. 선풍기, 에어컨, 실링팬을 키지 않아도 행복한 자연의 바람 아래에서 평온한 낮잠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보통 가계약금, 계약금 두 개로 나눠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거 같다. '가계약금' 경우엔 계약금을 작성하기 전에 내가 이 집을 살 거니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마세요! 하는 정도의 '찜콩' 가격이라고 보면 되겠다. 내 주위의 사람들은 가계약금을 100만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가계약금을 입금한 다음, 집 주인과 부동산에서 만나서 계약서를 작성한다. 보통 '은행에서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 계약은 취소된다' 라는 등의 특약을 넣고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을 진행한 다음엔 집 값의 5%이상의 현금을 계약금으로 입금해야 한다. 만약 10억정도 하는 아파트를 구매하는 경우엔 최소 5000만원을 계약금으로 넣어야 한다는 뜻이 되겠다.
계약금을 입금하고 나서 남은 금액도 영혼까지 탈탈탈 털어서 자금을 준비한다. 보통 집을 구매하고 나서 이사를 하겠다는 마음을 갖기도 힘들고,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내 월급이 오르는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보통 흔히 말해 '영끌' 하여 집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싱가포르
사실 싱가포르는 집을 알아보기 전 부터 내가 얼마만큼의 집을 살 수 있는지 대충 각이 나온다. 싱가포리안(혹은 PR - 이하 영주권자)의 월급을 바탕으로 내가 얼마만큼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체크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최근 1년(혹은 6개월)의 월급(payslips)을 요구하게 된다. 배우자의 월급(payslips)도 넣으라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가 받을 수 있는 대출의 양은 변경되지 않았다.(왜 넣으라고 한지는 잘 모르겠다. 보통 이런 정보를 이용하여 싱가포르의 정부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국민들도 잘 모른다.)
우리는 싱가포리안인 아내의 월급과 이름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약 3.55억으로 책정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부분과는 좀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약 4-5억을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적은 금액이였다. 이 3.55억은 내가 몇 년동안 대출을 받을지에 대해서도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진다. 다음은 정말 '예시' 표이다. 한국과 비슷하게 나이가 많을수록 받을 수 있는 대출의 금액과 기간이 달라진다.
대출 기간(예시) | 금액(예시) |
20년 | 2.55억 |
23년 | 3억 |
25년 | 3.55억 |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과 우리가 모아둔 금액을 바탕으로 우리가 살 집의 금액대를 결정했다. 물론 우리의 많은 요구조건을 통과한 집이라 그런지 경쟁자도 있었다. 여러번의 핑퐁을 바탕으로 집을 6.2억에 구매하기로 결정했고 OTP(Option To Purchase - 구매하기 위하여 찜콩하는 제도라 보면 되겠다.)의 금액인 100만원(1000SGD)을 집주인에게 입금 하였다.
싱가포르의 집 구매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프로세스 | 소요시간 | 설명 |
OTP(Option To Purchase) | NULL | 집을 구매하기로 결정하면 바로 입금한다. 보통 정부에서 결정한 1000SGD을 현 집주인에게 입금한다. 입금을 한 다음부터는 현 집주인은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 보통 이 기간에 집 구매자는 다른 집들도 보러 다닌다. |
Exercise | 3주 | 정부에서 정한 4000SGD를 현 집주인에게 입금한다. 법으로 OTP를 받은 후 21일 이내로 행사하게 되어있다. |
Resale Application | 60일 | 집 주인은 HDB에게 재판매 신청서를 제출한다. 싱가포르의 HDB는 정부 소유이기 때문이다. |
HDB Accept | 업무일 기준 28일 | 주 당 업무일은 5일이 있기 때문에 통상 5주 + 3일 정도가 소요된다. |
Complete | 8주 | HDB Accept 이후에 인지세를 납부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인지세는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다. 표 아래에서 설명하겠다. |
Extension | 최대 3개월 | 싱가포르의 문화에서는 집이 내 소유가 되어도 이전 집 주인을 최대 3개월까지 살 수 있게 해준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눈뜨고 코 베어가는 소리람?' 했지만, 통용되는 문화라고 한다...... |
싱가포르에서 납부 해야하는 인지세는 총 2개로 나누어진다. 이해하기 편하게 표로 정리해 보겠다.
일반 인지세(BSD, 5억 기준 - 9600 SGD, 약 960만원)
금액(SGD) | 인지세 | 금액 |
첫 180,000(0~180,000) | 1% | 1800 SGD |
다음 180,000(180,001 ~ 360,000) | 2% | 3600 SGD |
다음 640,000(360,001 ~) | 3% | 4200 SGD |
더 자세한 정보는 정부에서 제공하고 있는 사이트(클릭) 를 참고하면 된다.
추가 구매자 인지세(ABSD)
추가 구매자 인지세(이하 ABSD)는 싱가포르 시민권자, 영주권자 및 외국인에게 각각 다른 세율로 적용된다. ABSD는 추가 주택 구매 시 적용되며 첫 번째 주택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기존 집을 판매하든 안 하든 다음 새로운 집을 구매하면 영구적으로 다음 ABSD를 납부해야 한다.
국적 | 구매 횟수(영구적 카운트) | 퍼센트 |
싱가포리안 | 첫 주택 | 0% |
두 번째 주택 | 20% | |
세 번째 이상 주택 | 30% | |
영주권자 | 첫 주택 | 5% |
두 번째 | 30% | |
두 번째 이상 주택 | 35% | |
외국인 | 모든 주택 | 60% |
아내의 이름으로 집을 구매했기 때문에 우리는 ABSD에 대한 금액은 내지 않아도 됬었다.
OTP까지 완료한 시점에 나의 생각
OTP까지 완료한 이후 주말마다 집을 보러 다니고 있긴 하지만 정말 지금 집을 계약한 것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집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다른 구매자랑 경쟁이 붙어서 비록 처음 생각했던 5.88억 보다는 훨씬 비싼 6.2억에 구매를 했을 지라도 후회하지 않는다.
집을 구매하기로 결정 했을 때 나에게 도움을 많이 준 SRX라는 사이트가 있다.
선택을 하기 어려울때 데이터를 기반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우리가 구매한 집은 우리가 구매하기 전까지 5.88억 정도로 책정하고 있었다. 오른쪽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싱가포르의 집이 아직까진 저렴하다고 생각될 수 있을 만큼, 다른 홍콩과 한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의 집값을 따라 잡으려는 듯이 그래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20년 이후 분기마다 1000만원씩, 즉 달에 333만원 가량 상승하고 있었다. 이러한 정보들 덕분에 조금 더 프리미엄을 주더라도 집을 빠르게 구매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그래프가 내년까지 갈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법(MOP 에서 정해준 기준)을 바탕으로 5년이상 거주할 예정이다. 나랑 아내는 최소 10년을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들어가서 살 집이기도 하니 900만원 더 준것에 대해서 비싸게 샀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렇게 저렴한 금액으로 집을 구매할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추가적으로 진행되는 부분이 있다면 해당 글을 수정하거나, 새로운 글로 발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은 댓글로 남겨주세요.